피아노를 배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음은 어떤 손가락으로 쳐야 하나요?"
초보자에게는 이 질문이 당연하고도 중요하게 느껴진다. 손가락 번호 하나에 따라 곡의 흐름이 매끄러울 수도, 갑자기 꼬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아노에서 손가락 위치, 즉 운지법에는 ‘정석’이 없다. 물론 권장되는 기본 원칙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향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곡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손가락을 배치하는 것이다.
운지법이 사람마다 달라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요인은 손의 크기와 손가락 길이다. 손이 큰 사람은 먼 음도 무리 없이 누를 수 있지만, 손이 작은 사람은 손을 더 자주 옮기거나 손가락을 다르게 조합해야 한다. 또한 피아노 실력, 연주 스타일, 음악 해석 방식에 따라 같은 악보라도 전혀 다른 손가락 번호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간단한 음계 ‘도레미파솔’을 연주할 때도 어떤 사람은 1-2-3-1-2로, 어떤 사람은 1-2-3-4-5로 친다. 어느 쪽이든 손의 움직임이 부드럽고 곡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그 사람에게 맞는 정답이다.
운지법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음과 음 사이의 간격, 프레이즈의 연결, 손이 무리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손 모양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앞뒤 음의 흐름을 미리 내다보고 손가락을 배치하는 것이다. 중요한 음을 손의 중심부인 검지나 중지로 치면 연주가 안정감 있게 들린다.
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의 OST인 ‘You are the one’을 예로 들어보자. 이 곡은 감성적인 멜로디가 중심이 되는 발라드 곡이다. 이런 곡에서는 운지법의 목적이 단순한 편의성보다도 ‘자연스러운 흐름’과 ‘감정 표현’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멜로디를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는 손가락 조합을 선택하게 된다.
연주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손가락 사용 방식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아무렇게나 치라는 말은 아니다. 기본적인 스케일 연습이나 손가락 훈련을 통해 ‘기본기’를 익히고, 곡을 연습하면서 점차 ‘내 손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결국 손가락 위치는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음악을 위한 ‘도구’이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또 감정을 담아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가이다. 운지법은 그 표현을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다.
당신의 손은 당신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도구다. 손가락이 자유로워질수록 음악도 자유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