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세 끼 식사를 하고, 때로는 간식을 먹고, 몸을 움직이며 생활합니다. 이 일상 속에서 혈당은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그 변화가 너무 급격할 경우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되곤 합니다. 특히 식사 직후 혈당이 빠르게 치솟는 현상,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는 현대인의 식습관과 밀접한 문제입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후 혈당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식사 후 1~2시간 사이 혈당이 180mg/dL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식사 전보다 50~60mg/dL 이상 급등할 때 이를 스파이크라고 합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식후 혈당이 140mg/dL 이하로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단순당이 많은 음식을 빠르게 섭취할 경우 누구에게나 일시적인 혈당 급상승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스파이크가 자주 반복될 때입니다.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우리 몸은 인슐린을 다량 분비해 이를 빠르게 낮추려고 합니다. 그 결과로 피로감, 졸림,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때로는 이유 없이 짜증이 나거나 단 음식이 당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혈당이 요동치면 기분과 에너지 수준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췌장과 혈관에 부담이 누적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운동이 정답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식사 후 30분 이내에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는 운동 중 근육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식후 걷기 습관을 들인 사람들 중에는 혈당이 크게 안정되었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운동을 많이 하면 당을 더 먹어도 괜찮을까요?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몸을 많이 쓰면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고, 그만큼 포도당을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특히 고강도 운동 후에는 근육이 글리코겐을 보충하려고 하기에, 운동 직후의 당 섭취는 오히려 효과적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 음식이나 설탕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운동을 해도 가공된 단순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당을 얼마나 먹느냐보다, 어떤 당을, 언제 먹느냐입니다.
따라서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도 여전히 당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당이 든 음식은 운동 전후에 적절히 배치하고, 평소에는 복합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 섭취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추가당을 25g 이하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운동량이 많다고 이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식사 순서도 혈당 관리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채소를 먼저 먹고, 그다음 단백질,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먹는 식사 순서는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식후 가벼운 움직임을 실천하는 습관은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혈당은 단지 당뇨병 환자만 신경 써야 하는 지표가 아닙니다. 평소 피로가 잦거나 식후에 졸림이 심하다면, 나도 모르게 혈당 스파이크를 반복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게 반응합니다. 올바른 식사와 운동 습관을 통해 혈당의 롤러코스터를 피하고, 하루를 보다 안정적으로 보내는 것이 건강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제부터는 한 끼 식사를 하고 나서 잠깐 산책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단순한 걷기 하나가 혈당을 바꾸고, 기분을 바꾸고, 나아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